허물벗기

 

오늘 아침 매미울음소리가 유난히 요란스럽다.

장마 뒤 폭염 때문인 것 같다.

매미는 3~17년을 땅속 굼뱅이로 지나다

고작 2~3주 동안 땅 위의 일생을 보낸다.

 

그 짧은 기간에도 허물벗기(탈피) 과정을 거친다.

허물벗지 못하면 성장도 없고 죽는다.

숫놈은 암놈을 유혹하기 위해 맹렬하게 운다.

종족번식을 위한 마지막 의무를 위해서다.

17년의 땅속 생활에 비해 3주는 너무 허무하다.

그래도 "매미도 한 철"이란 교훈을 남기고 간다.

 

8월 시작이다.

허물이란 약점이란 뜻으로도 사용된다.

약점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 보자.

얇은 날개마져 탈피한 것처럼.

 

2024.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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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지키면 모두가 편해진다.

 

20년은 더 지난 것같다. 게그맨 이경규씨가 새벽시간에 신호등 근처에 숨었다가 정해진 신호규칙을 지키는 운전자에게 냉장고를 선물하는 TV프로가 있었다. 모든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함과 동시에 국민교육을 하는 신선함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차를 가진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훨씬 적었다. 그러다 보니 어딘지 모르게 으시대고 싶고 우월감을 가지게 되는 보통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있을 때가 있었다. 20년 전, 10년 전을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가 좋은 쪽으로 너무나 급속하게 흘러왔구나 하고 생각된다.

 

요즈음에는 보행자 우선원칙이 적용되어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으면 파란불이든 빨간불이든 자동차는 일단 멈춰야 한다. 보행자나 지나가는 자동차가 없는 새벽시간에도 빨간불이면 무조건 멈춰 신호를 기다리는 선진 운전자들이 다 되었다. 참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제 신호를 지키면 가진 자든 가지지 못한 자든 모두가 편리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깔정파도 이런 편리한 신호를 제공한다. 지키면 편하고 보상으로 돈도 번다. 이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욕심 빼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곁눈질하는 것 빼고 하는 데 3년 걸렸다고 초기 회원이 고백한다. 깔정파는 재미도 보태어 제공한다.

 

종목검색신호, 매수신호, 매도신호 지키면 편하고 수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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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느티나무는 가지 3개가 새로 생겨 뻗어가는 방식이 규칙적이다. 이런 3분법이 적용되다보니 큰 나무가 되어서도 안정된 모습을 이룬다. 잎의 크기는 작아서 투과되어 오는 빛을 차단하면서도 그늘이 어둡지 않다. 이러한 모습 때문인지 시골 어느 동내 입구이든 느티나무가 서 있고, 동네의 수호신 겸 여름철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다.

 

내 고향동네에도 수령 800여 년의 느티나무가 면사무소 한 켠에 서 있다. 이맘때쯤에는 동네 아이들은 나무 주위를 장난치며 돌아다니고, 할아버지들은 장기를 두기도 하고 담론을 나누기도 한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나는 할아버지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는가 보다. 한 할아버지가 자네는 살려고 먹는가? 먹으려고 사는가?”하는 화두를 꺼내었다. 대다수의 할아버지들이 살려고 먹지라고 답을 하는데, 한 할아버지가 나는 먹으려고 사네하는 것이다. 성격까다롭기로 소문난 영감님이었다. 옛날 어렵던 시절 시아버지 입맛 맞지않다고 대꼬라비를 두드리며 에헴 에헴하면서 식사하지 않으면 며느리가 할 수 있는 해결책이 무엇이 있겠는가? 무우 한가지로 만들 수 있는 반찬이 내가 알기로 열 가지는 넘을 것 같다. 할아버지의 에헴이 한식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고 생각된다.

 

그다음 담론으로 자네들 장차 우리나라에서 어디가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는가?“였다. 내가 생각하기로 그 당시 할아버지들이 출입이 많다든지, 멀리 여행을 한다든지 할 입장은 아닌데도 전국을 두고 이야기를 한다. 문제낸 할아버지가 우리나라 철도에서 열십자로 교차하는 곳이 영주와 대전 두 곳인데, 영주는 강원도 석탄광산이 주이고, 대전은 호남과 서울, 부산, 충청 모두를 이으니 대전이 발전할 것일세하는 것이다. 지금 대전이 발전한 모습과 세종시를 겸하여 생각해 보면 참 선견지명이 있는 할아버지들이었다.

 

용문면 북쪽 경계를 지나면 경천댐이 있고, 마을 이름이 수평이라는 곳이 있다. 나는 초등 때 몇 번 그 길을 갔던 적이 있다. 댐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물은 풍부하였으나, 동로면에서 내려오는 계곡 급류로 수평이라고는 할 수 없는 곳이었다. 댐이 이루어지기 수백 년 전에 이미 그 마을 이름이 수평이었고, 댐이 이루어지니 마을 이름대로 이루어졌다. 옛 어른들의 선견지명을 산책 중 강변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거의 70년 전의 기억을 되새겨 본다.

 

2024.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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